2015년 6월 25일 목요일

북한 미사일, 가짜탄과 함께 빙글뱅글 날아온다면 어쩌려나?

등록 :2015-06-24 19:41수정 :2015-06-24 22:16


미군이 지난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핵심인 사드(THAAD·고고도 요격 미사일)를 시험 발사하고 있다.  출처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
미군이 지난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핵심인 사드(THAAD·고고도 요격 미사일)를 시험 발사하고 있다. 출처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
미 전문가들 사드 성능 의문 제기

아홉차례 요격성공은 각본일 뿐
마치 검증된 무기체계처럼 홍보
북 스커드C 끝무렵에 불규칙운동
일부러 그렇게 만들 수도
사드는 진짜·가짜탄 구별 못하고
작은 탄두 정확히 맞히기 힘들어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은 사드의 성능과 관련해 지금까지 아홉차례 요격 시험에서 모두 성공했다고 밝혀, 사드가 마치 검증된 무기체계인 것처럼 홍보해 왔다. 그러나 미리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요격 시험과 실제 성능은 차이가 크다. 시어도어 포스톨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와 조지 루이스 코넬대 선임연구원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사드의 요격 성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첫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발사 이후 목표물까지 비행하는 동안 매우 불규칙하고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미사일이 높은 고도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낙하하는 현상(Tumbling·공중회전)과 낮은 고도에서 공기 압력 여파로 불규칙하게 나선형으로 낙하하는 현상(Spiralling)이 대표적이다.
공중회전은 동력비행의 마지막 단계에서 로켓 모터가 멈췄을 때 미사일이 안정을 잃으면서 발생한다. 높은 고도에서는 공기가 희박하므로 이렇게 공중회전을 하면서도 궤도를 따라 움직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미사일에 특정 장치를 장착함으로써 의도적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게 두 학자의 설명이다. 또 미사일이 목표물 타격을 위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는 다시 공기압력을 받게 된다. 미사일은 지상을 향해 정면 방향으로 돌진해야 하나, 탄두가 가벼울 때는 공기저항으로 미사일 앞부분이 위로 들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측면으로 돌진하게 되는데, 공기압력이 측면에 가해지면서 미사일이 예측하기 힘든 나선형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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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걸프전 당시, 북한의 스커드 C와 비슷한 종류인 이라크의 알후세인 미사일이 전형적으로 이런 모습을 보였다. 두 학자는 “나선형 움직임과 같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때가 조준하기 제일 어렵다”며 “이런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2009년 SM-3 미사일의 요격 시험 때 요격미사일에 장착된 적외선 센서가 요격 2초 전까지도 타격해야 할 미사일의 탄두 장착 부분을 식별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불규칙하게 움직이며 날아오는 미사일을 명중시키기 어렵다는 얘기다. 두 학자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이 타격 속도를 높이는 등 개선을 했지만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미사일들을 대상으로 엄격하게 시험을 했다는 증거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에서 사드 미사일이 요격에 성공하려면 북한의 스커드 B 미사일이 고도 60~70㎞에 있을 때 요격미사일을 발사해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이때는 공중회전이 발생할 수 있는 단계이다. 고도 10~20㎞에서는 나선형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추정됐다. 또 스커드 C 미사일의 경우엔 측면으로 돌진할 경우 고도 30㎞에 이를 때까지 요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지점에서는 공기압력으로 조각이 날 수 있다. 정면으로 돌진할 경우엔 10~12㎞에서 조각이 나는 데, 두 경우 모두 사드의 최소 요격고도 아래에 있게 된다.
둘째는, 사드를 비롯한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가 진짜 탄두와 기만탄(Decoys)을 식별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에 장착하는 적외선 센서가 목표물의 크기와 밝기 등 외부적 특성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레이더와 센서의 한계를 역이용해, 각 나라들은 미사일에 고성능 폭약을 설치해 지상 수십㎞ 고도에서 미사일 몸체를 많은 조각으로 분해하는 방법으로 레이더와 센서를 교란할 수 있다. 이 조각들이 진짜 탄두와 모양이 비슷하다면 기만탄으로 기능하게 되며, 짧은 시간 안에 이를 구별해내기는 어렵다.
이런 근본적 한계가 북한의 노동미사일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두 학자의 분석이다. 기만탄은 진짜 탄두보다 무게가 가벼워 더 천천히 낙하할 수 있다. 그러나 사드가 요격을 하기 위해선 노동미사일이 최소한 100km 이상의 높은 고도에 있을 때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야 하는데, 이 고도에서는 공기가 희박해 기만탄의 낙하 속도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다. 따라서 사드 미사일은 진짜 탄두인지 기만탄인지 식별하지 못한 상태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야 할 것이라는 게 두 학자의 주장이다.
셋째는, 사드가 성공적으로 요격을 하려면 북한 미사일의 앞부분에 장착된 탄두를 정확히 명중시켜야 하는 데 이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미사일 요격은 일반 항공기를 폭파할 때와 많이 다르다. 항공기는 몸체의 일부만 타격해도 공중 폭파가 되지만, 미사일의 경우는 몸체를 타격해도 탄두는 파손되지 않는다. 포스톨 교수는 “탄두는 적대적인 환경에 견디도록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며 “몸체가 타격당해도 탄두는 애초 목표지점에서 약간 달라질 수 있으나 지상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학자는 1991년 걸프전 당시 패트리엇 미사일이 탄두를 제대로 요격한 경우가 거의 없었고, SM-3의 10차례 요격시험을 2009년 분석한 결과 탄두를 정확히 맞춘 경우는 한두차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사드의 요격 시험 결과는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분석이 어려웠다.
관건은 북한이 사드를 교란할 수 있는 대응수단을 개발할 역량을 갖고 있느냐다. 두 학자는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탄도미사일 기술을 볼 때 공중회전과 나선형 움직임, 그리고 고성능 폭약을 통한 미사일 조각내기 등의 대응수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고성능 폭약을 이용한 미사일 조각내기 기술은 북한이 2013년 은하-3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때 이미 선보였다고 두 학자는 주장했다. 두 학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은 1990년대 초반 옛소련 붕괴 이후 옛소련 미사일 개발자들로부터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학자는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이런 미사일과 관련된 세부적인 기술적 내용과 그 한계를 잘 모르고 정책 결정을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또 미사일방어 체계의 성능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면 미 의회로부터 추가 개발을 위한 예산을 배정받는 데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미사일방어 추진파들이 그 성능을 오도하고 있다는 게 두 학자의 주장이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기만탄이란?
레이더 교란 위해 진짜와 함께 쏘는 가짜탄
기만탄(Decoys)은 유인하는 물건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나온 말이다. 군사용어에서는 상대방을 속이려는 의도로 만들어져 배치되는 것을 뜻한다.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미사일 내부에 실제 탄두와 비슷한 모양의 기만탄들을 실어 보낼 수 있으며, 공중에서 의도적으로 미사일 몸체를 파괴해 조각을 내는 방식 등으로도 기만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조각이 실제 탄두와 모양이 비슷하다면 레이더와 적외선 센서가 오인할 수 있다. 레이더는 물체의 크기와 목표물에서 반사되는 신호의 파장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요격미사일에 장착되는 적외선 센서는 물체의 밝기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실제 탄두와 기만탄을 식별하지만, 이런 방식은 물체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다.
2009년 SM-3 미사일의 요격 시험 때 나온 장면으로 적이 레이더와 센서를 교란시키기 위해 미사일을 의도적으로 조각이 나게 해 기만탄을 만든 모습.
2009년 SM-3 미사일의 요격 시험 때 나온 장면으로 적이 레이더와 센서를 교란시키기 위해 미사일을 의도적으로 조각이 나게 해 기만탄을 만든 모습.
미사일방어 옹호론자들은 연구개발에 더 투자하면 기만탄을 식별해내는 방법을 고안해 낼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포스톨 교수는 “존재하지 않는 물리 현상을 개발하려는 연구는 아무것도 생산해낼 수 없다”며 “레이더와 적외선 센서는 우주상 물체의 외부적 특성만 관찰하며, 그 외부적 특성도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게 불가능하도록 쉽게 조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만탄을 활용하는 미사일은 실제 탄두를 여러 개 장착해 별도의 목표를 향하게 하는 ‘다탄두 미사일’(MIRV)과는 다르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원문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697371.html?_fr=s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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