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0일 화요일

일반 ‘무적의 스텔스기’ 옥천에 추락하다?

“저… 저건… 공군이 공식적으로는 보유사실을 말하지 않는 안둘기 ㄷㄷㄷ? 침투훈련 및 적 전술연구용 기체는 일반 교육용이 아닐 텐데.” 클리앙 모두의공원 게시판에 오른 ‘일베충척결’ 닉네임 사용자의 언급이다.

6월 25일 충북 옥천 군서면 서화천에 추락한 공군 훈련용 경비행기. / 옥천소방서 제공

6월 25일, 충북 옥천에 비행기가 한 대 떨어졌다. 그런데 다른 누리꾼도 ‘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이 비행기의 급작스런 등장에 주목했다. 누리꾼이 안둘기라고 언급한 것은 이 비행기의 속칭. AN-2기다. 1947년 소련에서 안토노프(Oleg Antonov)가 6개월 만에 설계와 개발을 완성해낸 이 비행기는 냉전시대 주로 동구권, 그리고 북한과 중국 등에서 많이 면허생산되던 비행기다. 굳이 ‘밀덕’(밀리터리 덕후)이 아니더라도 저 비행기는 악명 높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보수언론에서 동체가 나무로 제작된 데다가 저공비행이 가능해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는 ‘무적의 스텔스기’쯤으로 여기며 공포의 대상이 되던 비행기가 아닌가. 실제 북한군이 일본 열도를 침략해 나라를 세운다는 내용을 담은 무라카미 류의 소설 <반도에서 나가라>에서도 AN-2기를 타고 일본으로 침투하는 북한 군인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의문점 하나 더. 통신사가 전한 사건 당시 현장 사진을 보면 처음 사진에는 ‘공군사관학교 소속 AN-2기’라고 되어 있다.(오후 1시47분 전송사진) 그런데 약 1시간 후인 오후 2시34분에 다시 전송된 사진 속 설명은 바뀌어 있다. 공군사관학교 대신 ‘공군’이, AN-2 대신 T-11기로 바뀌었다. 다시 3시32분에 출고된 최종 사진에는 ‘공군 훈련용 경비행기’로 사진설명이 수정되어 있었다.

국방부 공군 공보파견대 관계자에게 물었다. “아, 처음에 나온 것은 통신사에서 임의보도한 것이고요. 나중에 종합 정정한 것이 맞습니다.” 처음에는 공군사관학교 소속이라고 했는데? “공사 소속이 아니라 역시 정정한 것처럼 공군 소속입니다.” 누리꾼들은 다 저 비행기가 AN-2라고 하는데 왜 T-11이라고 강변할까. “같은 기종이긴 하지만, 명칭은…. 이름을 어떻게 붙이든 붙이는 쪽에서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훈련용 경항공기라고 저희는 정리하고 있습니다.” 하나 더. 누리꾼 증언을 보면 과거에도 AN-2기 추락사건이 몇 차례 있었는데, 왜 공개하지 않는 걸까. “어떤 목적의 훈련인지 자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민감하거나 중요한 정보라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마지막으로 10년 넘게 품어온 의문. 정말 AN-2는 일부 보수매체들의 주장처럼 군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 ‘무적의 스텔스기’ 같은 걸까. “에이, 그건 과장입니다. 우리 피스아이(조기경보통제기)가 뜨면 다 잡혀요. 정확하게 말하면 완전히 다 잡지는 못한다 정도이지, ‘신출귀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한다. AN-2는 보수매체들이 1990년대 이후에도 이따금씩 ‘속수무책의 북한 전술무기’로 거론하곤 했다. 앞으로 또 그런 보도가 나오면 ‘어디서 약을 팔아’라고 가볍게 조소해주면 되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입력 : 2015-06-27 17:17:51ㅣ수정 : 2015-06-27 17:17:51
원문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271717511&code=9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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