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지난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핵심인 사드(THAAD·고고도 요격 미사일)를 시험 발사하고 있다. 출처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
포스톨 MIT교수 등 성능 분석
“북 스커드·노동 궤적 불규칙
요격 범위에 들어도 타격 힘들어”
“북 스커드·노동 궤적 불규칙
요격 범위에 들어도 타격 힘들어”
미국이 북한 미사일의 위협을 막겠다며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검토중이지만, 사드의 요격 성능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의 스커드·노동 미사일이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며 비행해 조준하기 어려운데다, 미사일 몸체를 타격하더라도 탄두는 지상으로 떨어져 폭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와 조지 루이스 코넬대 평화·갈등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사드가 한국에 배치될 경우 북한의 스커드·노동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요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두 학자는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를 수십년간 연구해온 대표적인 전문가들로, 이번 분석은 <한겨레>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미국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그동안 주로 미 본토 방어를 위한 ‘지상발사 미사일방어’(GMD) 체계의 한계를 지적해온 반면, 동맹국들에 배치·수출하는 사드에 대해선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사드의 요격 능력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었다. 이번 분석은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분석 결과, 사거리가 각각 약 300㎞와 600㎞인 북한의 스커드 B와 C 미사일, 그리고 사거리가 약 1000㎞인 노동미사일이 사드의 요격 가능 범위에 들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스커드 B와 C 미사일은 로켓의 동력비행이 끝난 이후 목표물에 도달하기 전에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게 아니라 빙글빙글 돌며 떨어지거나 나선형 궤적을 그리는 등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여 사드 부대가 이를 정확하게 조준해 명중시키기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됐다.
노동미사일을 요격할 경우엔, 이런 불규칙한 움직임뿐만 아니라, 진짜 탄두와 기만탄(Decoys)을 식별하지 못하는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의 근본적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추정됐다. 두 학자는 사드가 노동미사일을 요격하려면 이 미사일이 목표물에서 고도 105㎞ 이상에 있을 때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야 하는데, 이 고도에서는 기만탄을 식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기만탄이 진짜 탄두보다 가벼워 지상에 떨어지는 속도가 느려야 하지만, 이 고도에서는 공기가 희박해 낙하 속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기만탄을 식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포스톨 교수는 “레이더는 목표물의 내용물은 볼 수 없고 외부로 나타나는 크기만 관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1990년대부터 제기된 진짜 탄두와 기만탄의 식별 문제는 미 국방부도 현재 그 한계를 인정하는 사안인데, 사드로 노동미사일을 타격할 때 이 문제에 봉착할 것임이 이번 분석으로 확인된 것이다. 제임스 위너펠드 미 합참차장은 지난달 20일 워싱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재정적 제약과 함께 식별 문제를 미사일방어 체계가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숙제로 지적한 바 있다.
포스톨 교수는 “미사일방어 체계는 구매나 개발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본다”며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해 어떤 종류의 미사일방어 체계라도 갖기를 원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생각에서라면 한국이 자체적으로 미사일방어 체계를 개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며 “자체 개발한 무기가 미국 무기(사드)보다 성능 면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비용도 적게 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학자는 미 미사일방어청(MDA) 등이 공개한 사드의 역량과 과거 패트리엇(PAC) 미사일 실전 투입 및 스탠더드 미사일(SM-3) 시험 사례, 그리고 북한의 잠재적 대응 능력 등을 토대로 이번 분석을 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원문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697369.html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