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5-08-18 01:30 수정 :2015-08-18 07:54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첫날인 17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지하벙커)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며 최윤희 합참의장한테서 화상으로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달 통일준비위 토론회 참석 ‘북한 급변 사태’ 시사
“영향력 있는 북한 인사들 망명해오고 있다” 발언도
붕괴 대비 강조…부위원장 “급변 사태 염두 둔 건 아냐”
“영향력 있는 북한 인사들 망명해오고 있다” 발언도
붕괴 대비 강조…부위원장 “급변 사태 염두 둔 건 아냐”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통일준비위원회 토론회에 참석해 “내년에라도 통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급변사태’에 의한 통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집중토론회에서 “통일은 내년에라도 될 수 있으니 여러분 준비하셔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다른 참석자도 “박 대통령이 ‘독일 경험 등에 비춰보면 며칠 또는 몇개월 후에라도 통일이 될 수 있으니 대비를 해야 한다’는 언급을 했다”고 말했다. 위원장인 박 대통령은 당시 일부 언론이 보도한 박승원 북한 인민군 상장의 망명설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보고받았다”면서도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망명해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통일준비위원회가 경각심을 갖고 통일을 준비하자’는 의례적인 격려성 주문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민간 통일전문가들인 참석자들은 박 대통령이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으로 들렸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박 대통령 말은) 언제 통일이 오더라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지만,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한 생각이 잠재의식 속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 또한 받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도 “북한에 이상 기류가 있다는 얘기를 은연중에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무렵 쏟아진 대북 정보의 성격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5월 중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처형 첩보를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후 국정원은 당시 미확인 상태의 첩보임에도 갑자기 국회 정보위에 비공개 현안보고를 한 바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당시 북한의 공포통치에 주목하고 지배층의 분열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식의 정보를 많이 접하다 보니 급변사태 가능성에 무게를 싣게 된 게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임기 첫해였던 2013년 12월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이 ‘2015년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박근혜 정부에서 북한 붕괴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종종 불거진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내세웠던 ‘통일대박론’도 통일 과정에 대한 언급 없이 통일 결과로서의 경제적 이익만 강조해 흡수통일론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통일은 도둑처럼 한밤중에 올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북한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 가능성을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쪽은 “대통령이 비공개 토론 장소에서 한 발언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종욱 통준위 부위원장은 “전반적으로 통일이 언제 오든지 우리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차원의 말씀을 (박 대통령이) 했다”며 “북한의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외현 최혜정 기자 oscar@hani.co.kr
원문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7048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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