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 Photo/ Ahn Young-joon |
2015.08.03 20:02(최종수정 2015.08.04 05:11)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세계 최장의 철길을 따라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가 7월 중순 출발해 이제 대장정의 대미를 맞았다. 한-러 수교 25주년을 맞아 마련된 특급열차에는 무려 11대 1의 높은 경쟁을 뚫고 선발된 각계각층 250여명이 블라디보스토크와 북경에서 각각 출발, 이르쿠츠크에서 합류, 시베리아를 횡단, 모스크바를 거쳐 베를린에 도착했다. 끝도 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대지를 관통해 온 기찻길은 표준시간대만 6개를 지나는 총연장 약 일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철길이다. 미래는 자신의 꿈을 믿는 자의 것이라는 말이 있다. 친선특급 열차에 담을 우리의 꿈과 긴 여정 속에 그려갈 이야기는 어떤 것이 됐을까?
강력한 러시아를 만들겠다는 제정 러시아의 꿈과 포부가 담겨있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우리에게는 개화기 대한제국의 염원과 아픔이 서려있는 길이기도 했다. 1896년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제국의 대표로 참석한 민영환 특사가 귀국했던 길이었고, 1907년 밀명을 받고 헤이그로 향하던 고종의 특사들의 비장함이 어린 길이었으며, 1937년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 동포들의 눈물의 역사가 쓰여진 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일구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전한 우리에게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을 구현하는 대동맥으로 상징되고 있다. 그 철도 위를 달릴 특급열차는 시공간을 넘어, 우리의 미래가 대륙 건너편에 펼쳐질 수 있다는 비전하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구현코자하는 공동 번영과 평화의 유라시아 대륙을 설계해 보는 공간이 될 것이다.
친선특급이 정차하는 도시마다 러시아인, 그리고 고려인 동포들과 함께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면서 소통, 미래,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행사가 열렸다. 우수리스크 항일독립유적지를 탐방하고, 이르쿠츠크 고려인 동포와 함께하는 유라시아 대축제를 개최했다. 또한, 한-러 친선콘서트, 대학생 교류, 한식 홍보, 한국 영화제, 한국 관광사진전을 개최했다. 아울러, 정부와 민간은 힘을 합쳐서 경제협력, 해운 및 철도 물류 네트워크, 산학협동 협력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갖었다.
예를 들어 러시아 극동개발의 중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러 산학협동 상담회, 물류중심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철도교통세미나를, 정치경제의 중심 모스크바에서 대표적 투자 성공사례인 칼루가州 우리 기업 방문 행사를 개최했다. 수교 이후 2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한-러 양국은 중요한 단계마다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작년에 260억불 교역 규모와 사증 없는 인적 교류를 이루어내었다. 이번 특급열차 행사를 통해 한국과 러시아는 서로의 발전 잠재력을 재확인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협력의 잠재력을 충분히 개발해 나가기 위한 지혜를 모았다.
이번 친선특급 열차의 본선 출발은 서울이 아닌 블라디보스톡에서부터 이루어졌다. 하나의 대륙, 평화의 대륙을 실현하는 우리의 비전과 계획은 남북한을 잇는 한반도 종단철도의 복원을 통해서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북한은 신뢰를 기초로 한 남북한 협력이 앞당겨질 수 있도록 하루속히 핵무기를 폐기하고, 대립이 아닌 신뢰와 평화정착의 길로 나와야 한다. 나진-하산 물류연계를 위한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켜 철도, 해운 뿐 아니라 에너지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간다면 남-북-러 3각 협력이 본격적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는 물론, 끊어진 한반도의 맥을 회복하고, 나아가 평화로운 통일기반 구축을 앞당기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를린까지 달린 긴 노정은 친선특급이 보여준 소통, 미래, 그리고 평화를 향한 비전의 실현을 향한 역사적 대장정이 된 것이다.
원문기사 보기: http://kr.sputniknews.com/opinion/20150803/476316.html#ixzz3hohG5t3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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