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9일 일요일

정부, 이희호 여사 방북 당일 북에 전통문 보내다 거절당해

고위당국자 "전통문 보냈지만 밝힐 수 없다..좋은 뜻으로 한 것”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승인 2015.08.10  09:13:06

이희호 김대중센터 이사장이 방북한 5일, 정부는 북측에 전통문 보냈지만 북측이 접수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확인을 요청받은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9일 “전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것은 밝힐 수 없다”며 “기다리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좋은 뜻을 가지고 한 것이고, 이 여사 방북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겨레>는 10일 이휘호 이사장의 방북 과정을 잘 아는 한 인사를 인용, “이 이사장이 5일 평양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정부가 북쪽에 전통문을 보내겠다고 제안을 한 것으로 들었다. 북에서 분개해서 받지 않겠다고 답한 것으로 안다”고 단독보도했다.

이 인사는 “북에서 이런 남쪽 당국의 처사는 자신들이 초청한 이 이사장에 대한 모욕이고 이는 곧 최고 존엄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정부가 굉장히 서툴렀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아울러 지난달 26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KBS> ‘일요진단’에서의 발언을 근거로 ‘이산가족 상봉 회담’ 등을 제안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한 소식통은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된 내용들인 것으로 안다”며 “광복 70주년의 의미도 담겼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일각에서는 꾸준히 나돌았던 대북 식량지원 문제도 포함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정부가 이 여사 방북 추진 과정에서 대북 쌀 지원 의사를 표명했지만 너무 양이 적어 북측이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여사는 8일 귀환 직후 김포공항에서 발표한 귀환 성명에서 “민간 신분인 저는 이번 방북에 어떠한 공식 업무도 부여받지 않았다”고 특별히 언급해 정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방북에 동행했던 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공동이사장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분의 성명을 지지하며, 찬찬히 읽어보시면 뼈있는 대목도 없지 않다”도 지적했다.

정부가 이희호 여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별도의 전통문을 보내는 것을 북측은 일종의 ‘이중 플레이’로 보고 남측 정부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여사가 방북하던 당일인 5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원선 남측 미연결구간 복원 기공식 축사에서 “경원선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민족사의 대전환을 이루는 철길이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북한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말하면서도 북측에 구체적 제안은 하지 않았다.

방북한 이 여사 일행 외에도 박 대통령이 직접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기회도 활용하지 않고 별도의 전통문만 보낸 셈이다. 남북 철도연결 관련 행사에 북측 인사들을 초청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이에 대해 북한은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북남관계 개선과 조국통일을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코코마다 가로막아 나서며 못된 짓만 골라하던 괴뢰 집권자가 그 무슨 ‘통일준비’니, ‘대전환을 이루는 철길’이니 뭐니 하며 호들갑을 떠는 것이야말로 미꾸라지 먹고 용트림하는 격이고 선후차도 모르는 무지스러운 망언일 따름”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한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면담이 불발된 것은 정부가 철저히 ‘개인 자격’을 강조한 데다 임동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6.15공동선언의 주역이자 김대중평화센터의 주요관계자들이 모두 배제된 데도 원인이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아프리카를 방문 중이었고, 이 여사 일행의 방문을 담당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위원장인 김양건 당 비서 역시 외국에 나가 있어 맹경일 아태 부위원장이 이 여사 일행을 시종일관 맞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문 통일뉴스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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